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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기고

춘천시민은 3,300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 지금이라도 되찾아야 한다

입력 : 2026-03-19 21:19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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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중도유적지에서 바라본 레고랜드

춘천시민은 3,300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 지금이라도 되찾아야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춘천 레고 랜드를 찾은 방문객은 49만 4,618명 이었다.¹ 개장 당시 강원도가 도민에게 약속 했던 연간 200만명의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¹ 연도별로 보면 2022년(8개월) 65만 3,991명, 2023년 63만 2,871명, 2024년 49만 4,618명으로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증가한 적 없이 3년 연속 감소했다.¹ 같은 기 간 강원도가 도민의 세금으로 대신 갚은 누적 채무는 2,050억원 을 넘어섰다.² 매출 역시 개장 첫해 622억 원에서 2023년 494억 원, 2024년 380억 원으로 지속 추락했고, 영업손실은 3년간 60억·200억·197억 원씩 이어졌다.³ 전 도지사는 2024년 12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 다.⁴ 이것이 "강원 경제의 희망"이라 불리던 개발의 현주소다.

그러나 더 큰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곳에서 치러졌다.

지금 레고 랜드가 서 있는 땅 아래에는, 한반도 고고학 역사상 단일 유적으로 최대 규모인 청동기 마을이 잠들어 있다. 2013년부터 20 17년까지 7개 기관 연합발굴단이 확인한 유구는 총 3,300여 기다 .⁵ 청동기시대 집터 1,273기, 방어용 환호(둘레 404m) 1기, 무덤 150기 이상, 경작 유구 까지 — 우리나라 고고학 역사에서 최대 규 모의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평가된다.⁵ 비파형 동검, 청동 도끼 등 고조선 시대의 핵심 유물이 남한의 집터에서 출토된 것도 이곳이 처음이다.⁵ 독일 마부르크 대학 루츠 피들러 교수는 "유일무이하고 굉장하다. 유물의 퀄리티와 규모가 압도적이며, 발굴된 하나하나의 구조와 체계가 모두 고도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밝혔다.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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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중도유적지보존을 위한 집회현장

레고랜드가 줄 수 없는 것을 유적지는 줄 수 있다

반론론자 들은 주장한다. 레고 랜드가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그러나 강원도가 공식 발표한 "일자리 창출 9,800명, 연간 경제효 과 5,000억 원"이라는 수치에 대해, 시민 언론〈춘천 사람들〉이 2015년 11월 강원도 레고랜드 추진단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한 결 과 관계자 스스로 "어떤 근거로 산출됐는지 모르고, 근거가 정확하 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시인 했다.⁷ 실제로 레고 랜드 정규직과 현장직을 합한 성수기 기준 전체 직원 수는 약 800명으로,⁸ 예상했 던 9,800명의 8%에 불과 하다. 한국문화 관광 연구원 연구 자료를 적용하면 입장객 200만 명 방문 시 취업 유발효과는 약 3,000명에 그쳐,⁷ 강원도 주장의 30% 수준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다. 레고랜드 섬 내부에 아울렛·식음료·호텔 등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춘천 시내 상권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자본이 외 국 기업 수익으로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더 현실적이다.⁷ 실제로 같은 기간 춘천 전체 관광객은 883만 5,670명으로 전년 대비 17 % 증가했고, 남이섬은 25% 늘었다.¹ 레고 랜드만 역행한 것이다.

반면 고고학 유적지 기반 관광의 경제 효과는 국제적으로 검증 된 팩트다. 일본 사가현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1986년 공업 단지 예 정지에서 야요이 시대 최대 유적이 발굴되자 계획을 즉각 백지화했 다.⁹ 1990년 국가사적, 1991년 국가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이 공원 은 ⁹ 현재 117헥타르 규모로, 98개 복원 건물과 불 피우기·옥 만들 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가현 최대 관광 명소가 됐다.⁹ 수익은 외국 기업이 아닌 지역 숙박·음식·교통·체험 산업 전체에 서 순환된다. 중도유적은 규모도 학술적 가치도 요시노가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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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중도유적지 개발계획도면이 보이는 유인물.

유네스코 등재 — 비현실적 꿈이 아니다

이미 2000년, 인천 강화·전남 화순·전북 고창의 고인돌 유적이 유 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¹⁰ 그 고인돌들보다 훨씬 밀집 되고 다양한 유형의 무덤 150기 이상이 집터·환호·경작지와 함께 하나의 통합 생활 단위로 발굴된 유적이 중도다. 유네스코 등재 기 준 중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유형의 탁월한 사례"(기준 iii·iv)를 충족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만약 중도유적 이 단계적으로 복원·정비 되어 유네스코 등재로 이어진다면, 춘천 은 전 세계 역사 여행자들의 필수 경유지가 된다. 나아가 고조선 문 화권의 실체를 보여주는 이 유적은, 우리 고대사를 자국 역사로 편 입하려는 동북공정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물적 반박 증거이기도 하 다.

정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묻는다

2023년 12월 국가사적지 지정 신청이 제출됐으나 2025년 3월 현 재까지 문화재 위원회 심의 조차 열리지 않았다. 유적공원·전시관 건립은 착공 일정조차 없다. 레고랜드는 강원도가 출자한 특수목적 법인(SPC)에서 단 1원의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⁴ 도 의원·시의원·지역 국회의원 여러분께 공개적으로 묻는다. 사적지 지정을 지금 당장 촉구할 의사가 있는가. 레고랜드 계약 조건의 근 본적 재검토를 요구할 의지가 있는가. 유적 복원 예산 확보를 위한 입법·예산 활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춘천시민에게도 말한다. 

레고 랜드는 우리에게 빚만 남겼다. 그러나 중도 유적은 여전히 3,300년의 역사와 그 위에 쌓을 수 있는 미래를 남기고 있다. 복원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요시노가리 처럼, 수십 년에 걸쳐 지 역 경제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우리는 스스로 이 자 산을 묻었다. 그러나 역사는 아직 남아 있다. 지금 꺼내야 한다.


📌 각주 (출처목록)

¹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 발표 자료 / 헤럴드경제 2025.02.12 「"대박날 줄 알았는데" 춘천 레고랜드 방문객 '뚝'」 / 춘천사람    들 2025.02.13

² 경향신문·춘천사람들·MS TODAY 공통 보도 — 강원도대위변제    누적 채무 2,050억 원

³ 강원도민일보 2025.09.08 「발길 줄어든 레고랜드, 개장 3년만    에 자본잠식」

⁴ 연합뉴스 2025.03.09 「춘천 레고랜드 입장객 수, 연간 목표치     30%에도 못 미쳐」 / 경향신문 2024.12.16 최문순 전 도지사      불구속 기소 보도

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춘천 중도 유적」 항목

⁶ 루츠 피들러(Lutz Fiedler) 독일 마부르크대학 전 고고학 교수      발언, 2019년 시민단체 보존 활동 관련 자료

⁷ 시민언론 〈춘천사람들〉 오동철 시민기자 2015.12.02   「레고랜드의 불편한 진실 ⑥ — 레고랜드 지역경제 유발효과,         근거가 없다」

⁸ 비즈니스포스트 2024.03.29 「여전히 불편한 교통에 비싸기만    한 레고랜드」

⁹ Wikipedia「吉野ヶ里遺跡」/ yoshinogari.jp 공식사이트 /      Atlas Obscura 교차 확인

¹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식 등재 목록 — 고창·화순·강화 고      인돌 유적 (2000년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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