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사진이나 편지 같은 것이 사람의 마지막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여러 이별을 지나고 보니 사람은 훨씬 사소한 곳에 오래 남아 있었다.
어느 날 혼자 밥을 먹다가 맞은편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앉던 자세, 반찬을 밀어주던 손, 숟가락을 내려놓던 작은 소리가 그곳에 남아 있었다.
사람이 있을 때는 사람이 보인다.
사람이 떠난 뒤에는 그 사람이 만졌던 것들이 보인다.
손때 묻은 밥그릇, 오래 신은 신발, 문 뒤에 걸린 옷 한 벌.
버리려다 다시 내려놓게 되는 것은 물건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그 안에 한 사람이 사용한 시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가 떠나면 보이지 않던 문들이 열린다.
왜 한 번 더 손을 잡지 못했을까.
왜 평범했던 하루가 귀한 줄 몰랐을까.
떠난 사람은 대답하지 않는다. 남겨진 사람만 늦게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
세월이 흐르면 얼굴은 흐려져도 이상하게 작은 장면은 남는다.
내 쪽으로 반찬을 밀어주던 손, 현관에서 신발을 고쳐 신던 뒷모습,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사람의 생은 생각보다 작은 곳에 기록되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밥 한 끼로 남고, 어떤 사람은 한마디로 남고,
어떤 사람은 빈 의자 하나로 남는다.
그래서 이제 빈자리를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자리란 어쩌면,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이 머물렀는지를
뒤늦게 발견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