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혁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나는 가끔 죽은 척한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제50차 기획시선공모 당선 시집으로, 시산맥 기획시선 179권으로 출간됐다.
현재 안궁교회 담임목사로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종혁 시인은 오래전 심근경색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 생의 위기를 지나며 그는 기도 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경험은 신앙을 넘어 인간의 상처와 고독, 죽음과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는 시적 언어로 이어졌다.
그에게 시는 아름다운 언어를 만드는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때 죽음 가까이 다가갔던 사람이 다시 삶으로 돌아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자,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생의 흔적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기도에 가깝다.
이번 시집의 제목 《나는 가끔 죽은 척한다》 역시 역설적이다. ‘죽음’을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살아 있음의 감각을 일깨운다.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상처와 고독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인간 존재의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시집에는 인간 내면의 허기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대목들이 눈길을 끈다.
“허기진 내 안을 들여다봐 주기를”
또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끊길 듯 이어지는 앓는 소리를 내는 장면에서는 육체의 고통을 넘어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절박한 내면이 드러난다.
이러한 시적 장면은 특별한 한 사람의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살아가며 한 번쯤 깊은 외로움과 상실, 육체와 마음의 고통을 지나온 독자라면 자신의 삶과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한다.
특히 원종혁 시인의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통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쉽게 위로하려 하지 않는 태도다. 아픔을 아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그 끝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죽음의 그림자를 통과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생명의 미세한 빛이 그의 시편 곳곳에 스며 있다.

목회자의 삶과 시인의 삶 또한 이번 시집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기도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한 내면의 언어라면, 그의 시는 그 내면을 인간의 언어로 옮겨놓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원종혁 시인은 오늘도 목회 현장에서 사람들의 삶과 아픔을 마주하는 한편,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가끔 죽은 척한다》**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집이면서 역설적으로 삶을 향해 몸을 돌리는 시집이다.
아픔을 겪지 않은 사람의 위로가 아니라, 한 번 무너져본 사람이 다시 일어서며 건네는 언어라는 점에서 그의 시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죽음 가까이에서 돌아온 한 사람이
기도를 붙들었고,
그 기도 끝에서 시를 만났다.
원종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는 가끔 죽은 척한다》**는 그렇게 다시 얻은 삶의 시간을 시로 기록한 한 권의 고백이다.























